지역 농업의 새 물결 – 협업하는 농장

지역 농업의 새 물결 – 협업하는 농장

지역 농업의 새 물결 – 협업하는 농장 / 2017년 1월 1일 홍순명 선생님 말씀

홍동은 한국유기농업특구 1호로 지정되어 유기농업의 중요한 위치에 있습니다. 농업학교가 둘이 있는데, 유기농업만 가르치는 학교나 지역으로는 아마 전국에서 하나뿐일 겁니다. 또 한국 농민단체 중에서 유기농업을 한국에 처음 도입한 정농회 본부가 있습니다. 홍동은 한국의 전형적 농촌으로 고만고만한 소농들이 모여 농사를 짓는 곳입니다. 이런 지역의 특성을 살려서 소농들이, 일하고 배우고 협력하면서 지역의 앞길을 열어간다고 생각합니다.

풀무학교가 50년대에 처음 개교할 땐 농촌은 지금보다 더 살기 어려웠습니다. 보리고개가 있었으니까요. 어떻게 하면 농민이 가난을 벗고 사람답게 살 수 있을까, 농민이 존경을 받는 중산층이 될까, 그래서 학교에서 협동조합을 시작했습니다. 70년대에 유기농업이 들어왔는데 기술의 뒷받침이 없어 고생하다가, 90년대에 오리가 들어왔습니다. 21세기에 들어선 2010년부터 변두리 장곡에 젊은협업농장부터 장애자를 위해 치유와 생산을 하는 행복농장, 이렇게 협업하는 농장이 하나둘 생겨났습니다. 나는 이것을 지역농업의 제3의 물결이라 부릅니다.

장곡의 젊은협업농장은 돈 없고 기술 없고 땅 없으면서, 농사를 배우고, 자립하는 힘을 기르고, 새로운 마을을 만들기를 바라는 젊은이들이 와서, 교육을 기반으로 하는 협업 구조 속에서 그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어 침체된 농촌에 젊은이들이 유입하고 활동을 해서, 이제 장곡 지역이 살아나는 것 같다고 동네 어른들이 말하게 되었습니다. 모든 농민들에게 보편적 복지도 중요하지만, 젊은협업농장 같이 유기농업을 하는 청년들을 유입하는 교육기반에 지원금 제도를 잘 적용하면, 효율적으로 농민도 기르고, 농촌 재생도 되리라는 전망을 가질 수 있습니다. 연세 많은 분의 지혜와 경험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아무래도 농촌은 젊은이가 살립니다. 젊은이는 이상에 뒷받침된 현실성이 있으면 모입니다. 농업은 강의와 이론만으로 배우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 농업학교에서는 농민을 기를 수 없습니다. 교사들이 농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는 협업농장이 농업학교의 몸체가 되고 농업학교는 그 몸체를 돕는 역할 분담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곳곳에 이런 젊은협업농장이 생기면 농민이 배출되고 그런 농민이 또 다른 협업농장을 만드는 그곳에 농촌이 사는 길이 있지 않을까? 어쩌면 협업농장은 교육과 농업으로 한국적 농촌 재생의 사례가 되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팔괘리에는 풀무학교만 있었는데, 장애아들의 교육농장 꿈이자라는뜰에 이어, 각급 학교 학생들이 농업체험을 하는 교육농협동조합이 생겨서 채소를 기르고 농협이나 소비자에게 직거래를 해서 이제야 비로소 풀무농업학교가 교실과 농장을 갖추어 이론과 실제가 들어맞는 학교가 되는 것 같습니다. 학교 입구에 무인 농산물 가게가 들어서는 날이 곧 오기를 바랍니다. 동네 머슴이자 마당발인 주형로 씨는 몇 해 전부터 벼공동육모협업을 제안했습니다. 노동력을 줄이고 서로 돕는 좋은 계획으로, 이미 땅과 창고, 온실 2동을 마련했습니다. 씨앗 담글 때 하루 공동 작업하는 일이 주고, 다른 지역에서도 하는 일이니, 가까운 시일에 지역 논농사 풍경이 바뀌었으면 합니다. 홍성씨앗도서관은 관심이 있는 농가에 씨앗을 나누어주고 가을에 모아서 해마다 비非 유전자조작씨앗 농장을 넓혀나갈 좋은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문당, 금평, 장곡 권역에 이어 이제는 팔괘 권역이 형성되는 것 같습니다.

나는 오리도 체리밸리 흰오리를 공동 부화하여 분양하고 두 달 일한 뒤 두 달 공동사육 비육시켜 도압 시설에서 해체한 것을 자체 포장하거나 가공 위탁하여 유기축산으로 특화해서 제 값을 받으면, 유기벼축산집약 벼농사 시대를 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대규모 축산이 재앙수준이기 때문입니다.

대체 에너지 지역분산의 협업화도 모색할 대상입니다. 인근 청양에서도 축분을 이용하여 퇴비와 전기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햇빛 발전이나 풍력발전도 원자력 발전의 지역형 대안입니다.

도서관의 내 방에는 줄탁동시啐啄同時라고 쓰인 액자가 있습니다. 병아리가 깨어나올 때, 안에서 쪼고, 밖에서 기다리던 어미가 함께 쪼아야 병아리가 나온다는 뜻입니다. 그렇게 나오지 않은 병아리는 세상에 나와도 힘이 없거나 죽어버린다고 합니다. 농사도 소비자나 행정 학교 등 바깥 요인이 필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우선 안에서 농민들이 있는 힘을 다해서 쪼아야 합니다. 소농들이 제4, 제5, …, 제10의 새 물결을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올해는 촛불이 광장을 메웠습니다. 촛불에는 권위주의, 불의, 탐욕, 권력집중, 전쟁같은 어둠을 몰아내고 분권, 민주주의, 지속가능사회, 평화같이 새로운 시대를 맞으려는 시민의 염원이 담겨있습니다. 그런 염원은 정치가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시민들이 이제 시작해야 합니다. 여러분은 이미 시작을 했습니다.

도서관에서는 성서의 복음서를 지난해부터 읽고 있습니다. 2년에 한 번씩 읽으려 합니다. 성서의 처음인 창세기 1장 1절에는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셨다고 씌어 있습니다. 1장 26절에는 해와 달이 낮과 밤의 질서를 유지하듯이 사람들이 땅을 질서있게 유지하라고 하나님이 명하셨습니다. 2장 15절에는 모두 땅을 잘 섬기고 일하라고 가르칩니다. 이사야서에는 인류의 이상으로 전쟁 산업을 평화 산업으로 바꾸고, 모든 생물과 사람이 친화하며, 자기 땅에서 농사를 짓고 그 결과를 즐거워하는 사회의 실현으로 그렸습니다. 유엔 건물에도 씌어 있습니다. 예수는 하나님은 농부고 아버지가 일하니 나도 일한다고 했습니다. 농부의 마음으로 자연과 노동 속에 모든 진리를 설명했습니다. 소농을 대상으로 모든 성서 말씀을 했습니다. 성서의 평화는 하나님과 사람만 아니라 자연과의 조화를 포함합니다. 모든 사람이 이 신비하고 놀라운 자연을 돌보는 관리자steward로 참여하라고 명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종교는 기독교(천주교, 개신교 포함)와 불교입니다. 둘 다 깊은 가르침이 있습니다. 내 것을 알면 남도 존경할 수 있습니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채 인생을 허송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성서에는 자기 사는 집이나 밭에서 보물을 찾아내어 기쁜 나머지 동네 사람들과 잔치를 벌이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진리와 사랑을 알면 마을 사람들과 행복하고 건강한 사회의 잔치를 벌일 수 있습니다.

시장 금융자본주의는 자본과 경쟁을 사정없이 부추겨 모두 그 노예를 만듭니다. 자본과 경쟁을 대체하는 것은 생명과 평화입니다. 생명과 평화는 구체적으로 한 걸음 들어가면 흙과 공동체이빈다. 자본주의의 가장 취약한 부분이 흙과 공동체고 회복할 곳도 거기부터입니다. 성서는 흙과 공동체의 강력한 옹호자입니다.

학교도 지역의 한 부분이고 지역의 모든 부문이 교육의 기능을 갖는다는 것이 우리 마을의 특성입니다. 학교와 지역이 함께 계속 일하고 배우고 협력해야 학교도 지역도 삽니다. 돈보다도 건강, 먹을거리, 자연, 이웃들이 소중합니다. 여러분은 그런 마음으로 옆에 있는 친구들을 평생의 길동무로 서로 존중하고 알려주고 도와나가며 좋은 한 해를 보내기 바랍니다.

젊은이는 이상을 실천하는 사람

협업은 농업을 살리는 생활방식

농장은 흙과 공동체 사회가 시작되는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