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村)스러움을 위하여

촌(村)스러움을 위하여

2014년 5월 새로 시작한 홍성유기농영농조합법인 소식지에 실린 글.

촌(村)스럽다는 말은

“어울린 맛과 세련됨이 없이 엉성하고 어수룩한 데가 있다.”는 의미로 사용됩니다. 촌(村)이라는 것은 “도시에서 떨어진 자연적으로 형성된 마을”을 말하는데, 어촌, 산촌 등 다양한 촌 중에서 농(農)이 주요활동인 농촌은 “세련미 없음과 엉성, 어수룩함”과 더불어 “힘은 들고 가난한”의 의미까지 더해진 듯 합니다.
도시의 번쩍임과 화려함이 발전의 상징이었던 시기에 도시를 지향하는 사람들의 마음과 그리고 도시를 유지하기 위한 농산물 저가정책으로 만들어진 시대적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IMG_3174

사람들이 농촌이라고 말할때 떠올리는 것은 농업과 자연입니다.

농업이 없이 자연적 경치만 좋은 곳에서 또는 자연이 없는 LED 식물공장, AB방조지구와 같이 더 넓은 논만 보이는 곳을 보고 농촌이라고 말할 사람은 없습니다. 농촌이 농촌일 수 있는 기본적인 사항은 농업과 자연이 함께 살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친환경농업, 유기농업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농촌을 규정하는 것은 도시의 입장에서 바라본 것입니다. 도시를 중심으로 볼때 농촌은 도시에 농산물을 공급하기 위해 농(農)을 업(업)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즉, 농민들이 모여 있는 도시 외곽 공간에 불과합니다.
그들은 농업을 산업으로 보면서 규격화된 농산물, 공장과 같은 농장을 지향하면서 고령화되고,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농민들로 인해 농업은 경쟁력을 잃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성공적 농민으로 도시에서 배운 지식으로 농업을 산업화하여 경쟁력을 가져 억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는 기사를 종종 봅니다. 그러한 기사와 이를 위한 교육을 받고 제 2의 인생, 제 2의 직업으로 농사를 선택하려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CF031510

작년 귀농, 귀촌인구가 3만가구를 넘었습니다. 그 중 귀농(농사를 짓기 위한) 은 10,220가구, 귀촌(농촌 생활을 위한) 은 21,501가구입니다. 특이한 점은 40대 이하가 34.5%이고, 50대도 40%여서 전체의 74.5%를 차지하는 등 젊은 사람들의 농촌 회귀현상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농촌의 고령화가 매우 심각한 상황(장곡은 39.5%)에서 젊은 사람들이 농촌으로 돌아오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정상진 대표의 표현대로 혈액형이 다른데 수혈하는 것과 같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IMG_0027

혈액형이 다르다는 말은,

많은 사람들이 고려하지 못하는 점이 있다는 것입니다. 바로 촌(村)이라는 것입니다. 도시는 촌이라는 것이 당연히 없습니다. 촌이 없는 곳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지역이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농촌이라는 것은 농업과 자연만이 아니라 사람들이 살아가는 일정한 공간(지역)입니다. 사람들이 살아간다는 것은 그곳에 문화와 역사와 전통이 있다는 것입니다.
더군다나, 개인적인 필요성에 의해 쉽게 이주하는 도시와 달리 농촌은 땅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정착적 성격이 더욱 강하여 문화와 역사가 더욱 깊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산업화 과정에서 농업의 경제성만이 강조되면서 촌으로서의 성격은 심각하게 파괴되었습니다. 농업생산성 향상을 위한 사업만이 아니라 마을종합개발사업, 녹색관광 등 농촌을 향한 사업들 역시 촌으로서의 농촌을 강화하기보다는 농촌의 경제성 향상이라는 부분이 집중 강조됨으로써 촌의 다양성마저 헤치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IMG_0710-편집

촌을 발전시킨다는 것은 농업을 기반으로 하여 교육, 문화, 예술, 복지 등 촌의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필요로 하는 다양한 일들이 그 지역의 문화, 역사와 어울리면서 새로운 것을 창조해 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산업화 과정에서 파괴된 그러한 것들을 단지 전통방식으로 복원하는 것이 아니라(농촌은 민속촌이 아닙니다.)
새롭게 만들어 가야합니다.반대로 농업과 분리된 촌은 아류 도시에 불과해지고 이전 문화와 역사에 기초하지 않으면 그 많은 촌의 다양성은 소실될 것이며 촌을 오랫동안 지탱해온 사람들과 분리되었을 때는 촌의 공동체성은 사라지게 됩니다.

IMG_9965

농촌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농업활동을 기초로 다른 문화와 전통을 가진 촌으로 들어간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렇다면 그 촌의 역사와 문화를 배우고 존중해야 하며, 농촌의 기본인 농업과 강하게 연계되어야 합니다.
농촌은 자기의 발전을 위해 젊은 사람들의 유입을 적극적으로 환영하면서, 이들에게 농을 알려주고, 촌을 배울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이러한 결합에 의해 농촌의 지속가능성은 높아지게 되고 이들과 함께 농촌의 문화를 새롭게 등장시켜야 합니다.

IMG_0722-편집

2년전부터 장곡에는 협동조합젊은협업농장, 협동조합청촌, 정신건강증진센터의 행복농장, 텃골에농장 등 젊은 귀농자들이 모여 농업생산을 공동으로 하는 농장들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혼자 땅을 사고, 농기계를 구입할 수 있는 여력이 없는 젊은 사람들이 함께 농업 생산을 하기 위해 협동조합 농장을 만들어 농을 배워가고 있습니다.
또, 이들은 모두 홍성유기농영농조합의 단체조합원으로 참가하면서 지역 사람들을 만나 촌을 배워가고 있습니다. 장곡면의 면장님, 이장님 등의 지원과 관심 속에서 열심히 배움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IMG_3929

이들이 농업이라는 직업을 통해 자기의 생활을 찾아가기도 하겠지만, 장곡이라는 촌의 주민으로 촌의 역사와 문화를 새롭게 해석하여 새로운 문화를 창조해가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활동이 활발해지면 촌이라는 곳은 많은 젊은이들이 자기의 재능을 풀어 놓을 수 있는 공간이 되며, 자기의 전문성을 농업과 농촌이라는 주제 연결시킴으로써 새로운 문화를 창조해 갈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입니다. 이는 도시에서는 불가능한 즉, 촌에서는 여백이 있는 공간에서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촌스럽다는 말은 앞으로 다른 의미로 사용될 것입니다.

IMG_4549

촌(村)스럽다는 말은

농업을 기반으로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고 다양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 간의 삶을 풍요롭게 해 가는 창의성이 열리는 것.